[매일경제]만도 2년간 연구비ㆍ기술지원

◆대기업ㆍ중소기업 아름다운 동행/(7) 만도 – 성산암데코◆

94년 7월 창원시 자동화기계설비 전문업체인 성산암데코(대표 이정호) 연구실. 자동차부품 대기업 만도(대표 오상수)에서 파견된 기술진과 협력업체인 성산암 데코 엔지니어 28명이 국산화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던 브레이크 생산설비 ‘로 터리 인덱스’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자주 티격태격했지만 저녁 무렵 대폿집에서 소주 한잔 기울이면 눈녹듯 마음이 풀렸다. 조직문화가 다른 두 회사 직원들은 이렇게 ‘한솥밥’을 먹으면서 신뢰 를 쌓았고 96년 마침내 로터리 인덱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억원을 쏟아붓고 2년 동안 고생한 끝에 만들어낸 값진 성공이었다. 일본산은 한 대에 12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였지만 국산 로터리 인덱스 개발로 가격 을 40% 정도 낮출 수 있었다. 수입대체 효과만도 200억원에 달하며 특화된 기 계 덕분에 만도는 차별된 브레이크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2002년 산업자원부 가 선정하는 차세대 세계일류화 상품에 오르는 영광도 얻었다.

만도측에서는 성산암데코 설비만을 꾸준히 사용했고, 공동연구에서 시작해 납 품까지 10년 우정을 지키고 있다.

개발 주역인 정경호 만도 평택공장장과 이성우 구매부장, 이정호 성산암데코 사장은 지금도 자주 만나 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

이성우 구매부장은 “이정호 사장이 현장맞춤형 설비를 제작해주고 있기 때문에 만도 브레이크가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한다”고 이 사장 노고를 격려한다.

이정호 사장은 “납품기한을 못 지킬 때도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자금사정이 어 려울 때는 미리 대금결제를 해주는 만도측 ‘특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 라고 반색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만도가 로터리 인덱스를 전량 일본에서 수입할 당시 기 계고장이 나면 일본 서비스팀을 기다리다 자동차회사 납품기한을 놓쳐 손해를 보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가동을 멈출 때마다 마음을 졸이던 정경호 당시 생 산부장은 고심 끝에 임원진에 국산화를 건의했다.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설비이기 때문에 개발비만 쏟아붓고 실패할 위험이 높아 처음에 임원진은 난색을 표했다.

기술과 경험부족도 문제였지만 설계도면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다. 그러나 정 부장이 끈질지게 설득한 끝에 임원진은 자동화설 비 전문회사 성산암데코와 손잡고 공동개발하기로 결정했다.

87년 설립한 성산암데코는 냉장고와 가스레인지 등 생산라인설비 제작 기술력 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자동차 생산설비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만도측 제안을 받은 이정호 사장은 만도에서 연구비와 기술진까지 지원해주면 서 공동개발을 제의했으니 이런 ‘행운’이 있나 싶었다. 그러나 백지상태에서 막상 공동연구에 들어가니 설계도를 만드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또 두 회사 엔지니어간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그는 “회사 존폐위기에 찾아온 기회였기 때문에 실패하면 죽음뿐이라는 생각이었다”며 “힘이 들 뿐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나 자신을 자꾸 세뇌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산과 얼추 비슷한 로터리 인덱스를 만들었지만 정밀도와 성 능을 측정할 장비가 국내에 없어 애를 먹기도 했다.

이때 정경호 생산부장이 일본 로터리 인덱스 회사 공장에서 몰래 찍은 사진들 을 가져다줘 큰 도움을 얻었다.

그런데 또다시 난관에 부딪쳤다. 막상 평택공장에서 가동을 시작하자 뜬금없이 장비가 멈춰버리는 것이었다. 설비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조립기술이 부족해 오작동이 발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회사 기술진은 다시 무수한 밤을 새우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미래가치를 내다보고 용단을 내렸던 만도는 현재 차별된 로터리 인덱스로 국내 최고 자동차 부품사로 우뚝 섰다.

96년 5월부터 로터리 인덱스를 만도에 납품하기 시작한 성산암데코도 연간 30 억원어치를 공급하면서 경영기반을 다지게 됐다. 95년 당시 1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지금은 146억원에 달한다.

만도가 미국 GM에 브레이크를 납품하기 시작하는 올해는 20대를 납품하기 때문 에 성산암데코는 매출 3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로터리 인덱스를 공동개발한 인연으로 두 회사는 6개월 전부터 일부 브레이크 부품을 일체형으로 만드는 공동연구를 추진중이다.

<전지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